언어란 다양한 어휘로 다채롭게 표현해야 가치가 있고 세련미가 느껴진다. 한 가지 말만 자주 사용하면 금방 싫증 나게 마련이다. 상투적이고 획일적으로 쓰여 지루하게 느껴지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불구하고’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기에 성공했다” 등처럼 ‘불구하고’를 즐겨 쓴다. 일본어의 ‘~にもかかわらず’를 구조 그대로 ‘~에도 불구하고’로 옮기다 보니 생긴 버릇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영어의 ‘in spite of~’ 등을 ‘~에도 불구하고’로 단순 암기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보는 이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불구하고’는 상투적으로 쓰여 말과 글을 지루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 군더더기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불구하고’ 없이 “많은 노력에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재기에 성공했다”로도 충분한 표현이다.
더 큰 문제는 ‘불구하고’가 우리말의 특징인 다양하고 풍부한 표현을 해친다는 점이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는 “많은 노력에도 실패했다”뿐 아니라 “많이 노력했는데도[노력했으나,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했다” 등처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불구하고’를 줄여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