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눈발, 빗발, 화장발
겨울 산은 조용하다. 물안개와 찬바람이 만들어 내는 세상도 일품이지만 산자락을 타고 흐르는 기운엔 청아함이 숨어 있다. 산사람의 대화에도 공부가 있다.
사람1 : “나뭇가지에 얼음꽃이 피었다. 서릿발인가?”
사람2 : “상고대라 부른다. 서릿발은 땅 표면에 얼어붙은 결을 말한다.”
‘서릿발’을 놓고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정담이 흥미를 끌지만 용어에서 뭔가 힘이 느껴진다. 접미사 ‘-발’의 쓰임 때문이다. ㉮‘빗발·눈발·햇발’과 ㉯‘글발·약발·화장발’에 들어 있는 ‘-발’은 형태는 같으나 성격이 다르다.
㉮의 ‘-발’은 ‘현상으로 볼 수 있는, 죽죽 내뻗는 줄이나 줄기’의 모양을 나타낸다. 화가가 그린 빗줄기나 햇살 그림의 직진성 붓발에서 구체성을 알 수 있다.
㉯의 ‘-발’은 몇몇 명사 뒤에 붙어 힘이나 기세를 강조할 때 쓴다. 추상성이 있어 결합된 단어나 문장의 어감을 증폭시키고 ‘효과’의 뜻을 더한다. 힘을 잘못 써 된소리(-빨)로 적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문으로 “약발이 뻗쳐 잠을 못 이룰 지경이다” “화장발이 고르지 않은 걸 보니 봄을 타는 모양이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