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네
-네가 뭔데 남의 일에 참견이야?
-이것이 네 도끼냐?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는 위 문장을 발화할 때 '네'를 [니]로 소리 낸다. 현행 규범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네'는 [네]로만 소리 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네]로 소리 내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니]로 소리 내는 사람은 압도적 다수이다. [니]는 어느덧 보편적 언어 현실이 되었다. 더 이상 [니]를 비규범적 발음으로 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가? 모음 'ㅔ'와 'ㅐ'는 서로 다른 음소임에도 불구하고 점차 발음상의 변별성을 잃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네]가 '네(2인칭 대명사)'인지 '내(1인칭 대명사)'인지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그런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네]가 아닌 [니]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발음 [니]를 규범으로 받아들인다면 다음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즉, 표기는 '네'로만 하되 [네]와 [니]를 복수 발음으로 인정하는 것과 '네'와 '니'를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이다. 전자는 'ㅔ'가 'ㅣ'로 소리 나는 단 하나의 예라는 점이 부담스러우므로, 후자의 방법이 더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안상순 (사전 편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