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하다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르내리면서 곳곳에 큰비를 뿌리고 있다. 이달 중순께나 수그러들 것이라고 한다. 장마철엔 계속해 내리는 비로 지루해지고, 심하면 우울해지기도 한다. 잠시 내리는 비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지만, 끝없이 내리는 비는 따분함을 넘어 넌더리가 나게 한다. 그래서 장마에는 으레 '지루하다'는 말이 붙어 '지루한 장마'라 불리곤 한다. 그러나 사실은 '지루한 장마'보다 '지리한 장마'라는 표현에 익숙해 있고, 그렇게 써 놓은 곳이 많다.
장마뿐 아니라 '지리한 오후' '지리한 일상' '지리한 싸움' '지리한 세월' 등 '지리한'이 두루 쓰이고 있다. 하지만 '지리하다'는 표준어가 아니므로 쓰지 말아야 한다. 한자어 '지리(支離)'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지리하다'는 오랫동안 쓰였지만 현재는 변화한 모음 발음을 인정해 '지루하다'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주착(主着)→주책' '상치→상추' '미싯가루→미숫가루'도 이런 종류로, 변화한 발음으로 적어야 한다. 지루한 장마가 큰 피해 없이 끝나고 어서 즐거운 휴가철로 들어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