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
태풍 '메기'에 더위가 한풀 꺾였다. 때늦은 휴가를 가기 위해 가족회의를 소집한 나못가씨. 산으로 가자는 아내의 말에 지난 북한산행의 악몽이 되살아나는데…. '낫살보다 뱃살이 많다며, 내 건강이 가족의 행복이라며, 장마 끝나면 산에 가자'고 했다가 얼마나 고생했던가. '이번에는 안 돼. 연만하신 부모님이야 당연히 바다가 좋다고 하시겠지. 흐흐.' '그럼 2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바다로 가는 거다.' '아빠, 학교 다닐 때 수학 못했지.' '….' ''~ 이상'은 제시된 수량을 포함해 그 위의 경우를 가리키잖아. 2분의 1 이상이면 우리 가족이 여섯명이니까 세명만 찬성해도 된다는 얘기네. 그럼 찬성과 반대가 똑같아지는데 왜 바다로 가. 적어도 네명 이상, 즉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지.' 날카롭게 꼼수를 알아챈 새침데기 딸내미를 지그시 노려보는 나못가씨. '그래 절대로 나 안 닮았어.' '누나도 틀렸네요.' '오냐, 아들 너밖에 없다.' '과반수(過半數)는 '절반이 넘는 수'를 뜻하잖아. 우리 가족 여섯명에서 절반은 세명, 절반이 넘는 수는 4~6명이니까 '과반수가 찬성하면'으로 충분해. '이상'은 불필요한 말이야.' 믿었던 아들에게마저 버림받은 나못가씨. 풀 죽은 목소리로 '그럼 과반수가 찬성하면 바다로 가기로 하고 투표하자'고 한다. 개표 결과는 찬성 1, 반대 5. 아들 건강을 챙기기 위해 산으로 가겠다는 며느리가 어찌 예쁘지 않으랴. '아범아, 우리는 산 밑에서 기다릴 테니 애들과 다녀오너라.' '흑, 나 못 가요.' *6의 2분의 1 이상인 수는 3~6으로 4개, 6의 과반수는 4~6으로 3개. 따라서 2분의 1 이상>과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