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절 / 구절
광화문 글판이 여름을 맞아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나무 그늘에 앉아/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은/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서민들의 고단한 마음을 활짝 펴주는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한 '구절(句節)'이다. 1991년 짤막한 '글귀'로 시작한 광화문 글판은 10여년을 함께하면서 어느덧 시민의 작은 마음의 쉼터가 되고 있다.
'구절'과 '글귀'는 '구절 구(句)'가 붙어 짜인 낱말이다. 그러나 한 음이 구ㆍ귀로 다르게 읽혀 표기할 때 혼동을 빚는 경우가 많다. "막막할 때마다 그를 지켜준 성경 귀절이 있다"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고 한 번의 웃음이 우울함을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귀절은 탁낫한 스님의 말씀이다" 등은 잘못 쓰인 예다.
한글 맞춤법에선 '구(句)'가 붙어 이뤄진 단어는 '귀'로 읽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구'로 쓰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귀절'이 아니라 '구절'로 써야 맞다. 경구(警句)ㆍ대구(對句)ㆍ문구(文句)ㆍ어구(語句)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시구(詩句)'의 경우 [싯구] [싯귀] 등으로 발음해 표기에 많은 혼란을 주고 있다.
"'북녘 땅엔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네'라는 싯귀처럼 새해가 와도 경제가 필 싹수가 보이지 않는다" 등은 '시구'를 잘못 쓴 예다. 단 예외 규정으로 글의 구나 절을 뜻하는 '글귀'와 한시에서 두 마디가 한 덩이씩 되게 지은 글인 '귀글'은 '귀'로 발음되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즉 글귀.귀글을 제외한 경우는 '구'로 쓴다고 이해하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