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필카, 셀카
주말을 비롯한 공휴일, 경치가 좋은 곳이면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전문가용 고급 카메라도 마다 않고 가지고 나와 초점을 맞춘다. 이를 두고 ‘전 국민의 사진가화’로 표현하는 분도 있을 정도이다. 예전에는 카메라가 지금처럼 흔치 않아서, 나들이하는 사람들이 다소 부담이 되는 금액을 무릅쓰고 유원지마다 입간판을 두고 자리를 지키던 전문 사진사들에게 사진을 찍곤 했다. 그 당시 ‘카메라’(camera)는 지금처럼 여러 종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필름을 넣어 찍는 것이 유일했고, 이는 지금 ‘필름 카메라’ 또는 ‘필카’로 줄여 부른다. 오히려 지금 카메라라고 하면 디지털카메라, 즉 ‘디카’를 뜻하는 것이 기본으로 여겨진다.
‘카메라’의 ‘카’가 뒤에 붙는 다른 줄임말로는 자기 자신을 찍는다는 뜻인 ‘셀카’(‘셀프 카메라’의 줄임말), 남 몰래 찍는다는 뜻인 ‘몰카’(‘몰래카메라’의 줄임말) 따위가 있다.
‘카메라’는 원래 ‘둥근 천장’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카마라’(kamara), ‘방’이라는 뜻의 라틴어 ‘카메라’(camera)에서 유래하였다. 이 말이 영어를 통해 우리말에 들어왔다면 영어 발음에 따라 ‘캠러’, ‘캐머러’ 또는 ‘캐머라’(영어의 낱말 끝 ‘어’가 때로 ‘아’로 들리기 때문에)가 되었을 텐데, ‘카메라’인 것은 일본말(カメラ)을 통해 들어왔거나, 영어의 철자가 토대였기 때문인 듯하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