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굴 안에는 어미 곁에서 오소리 새끼가 끙끙대며 울고 있다. 원효가 애처롭고 슬퍼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하고 있는데, 대안이 돌아와 원효를 보고 물었다. “뭐 하는 거냐?” “새끼가 어미의 죽음으로 울고 있기에 염불을 합니다.” 대안이 혀를 차며, “배고플 때는 밥이 염불이여!” 하며 동냥해 온 젖을 주는 게 아닌가. 원효는 말을 잊었다.
오소리 새끼를 통해서 원효가 깨달음을 얻는 속내를 푼 얘기다. 오소리는 ‘오수리, 오수’라고도 한다. 임실 ‘오수’(獒樹)에 가면 ‘의견비’가 있다. ‘오’(獒)는 개, 곧 ‘크고 억센(敖) 개’란 뜻을 담고 있다. 어느 장날 ‘김개인’이 술에 취해 길에서 자고 있는데, 주변에 불길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수는 털에 물을 묻혀 주인 주변의 풀을 적셨다. 찬물 덕에 술에서 깨어나 보니 옆에서 오수가 숨져 있었다. 개무덤을 만들어 장사를 지내고 사람들은 의로운 오수를 기려 빗돌을 놓고 ‘의견상’을 세웠다.
몸은 작고 다리도 짧지만 송아지보다 큰 순록도 사냥감이 되고, 독사도 잡아먹는다. 그러고는 겨울잠에 든다. 털이 무성하며, 독사한테 물려도 죽지 않는다. 한번 물면 그만인 통이빨이다. ‘오소-오사-오수’를 낱말 짜임으로 풀이하면 ‘옷’의 변이형으로 볼 수 있다. 옷은 몸에 두르는 것인데, 오소리들은 넉넉한 털로 옷을 둘렀으니 …. 털옷이 그 이름의 알맹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