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노트북
외래어
정보통신 환경이 세계 최고라는 우리나라지만, 경기침체로 이를 활용하는 각종 기기들의 개발과 소비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런 기기의 대표 격인 ‘노트북’에 얽힌 얘기를 살펴보자.
‘영어가 타지에서 고생한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우리말에서 달리 쓰이는 영어 가운데 ‘노트’(note)가 있다. 그 자체로 ‘공책’이라는 뜻으로 쓰이거나, ‘노트하다’라고 해서 뭔가를 적어둔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이 말은, ‘공책’이라는 뜻일 때는 영어에서 ‘노트북’(notebook)이라고 한다. 영어에서 이름씨로서의 ‘노트’에는 ‘공책’이라는 뜻은 없고, 이런저런 종류의 ‘적발’(쓴 것)을 뜻할 뿐이다.
반면, ‘노트북’은 우리말에서 ‘공책’을 가리키는 일은 없이 공책처럼 얇다는 뜻의 ‘노트북 컴퓨터’(notebook computer)만을 뜻하는데, 영어권에서도 노트북 컴퓨터를 줄여 ‘노트북’이라고 일컫기도 하므로 콩글리시는 피하였다. 한편, 영어권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이르는 가장 흔한 표현은 ‘랩톱’(laptop)인데, 이는 ‘랩톱 컴퓨터’의 준말이고 무릎에 올려놓고 쓸 수 있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컴퓨터’야 너무 오래 써와서 우리말로 바꾸기가 늦었다 할지라도, ‘노트북 컴퓨터’는 뭔가 기발한 표현으로 바꿔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이제 막 퍼지기 시작한 ‘넷북’(netbook)을 바꿔 보면 어떨까.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