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다’는 행동이 끝났음을 보이는 보조동사로, 표준말 ‘버리다’에 대응하는 말이다. ‘불다’는 ‘뿔다’와 함께 전라·경상 지역에서 흔히 쓰인다. “그라다가 참말로 묵어 불면 어쩔라고 그렇게 태평스럽소?”(<녹두장군> 송기숙) “야들 다 죽어 뿔겄네, 죽어 뿔어.”(<불놀이> 조정래) “그린디 그 닷 되 밥을 혼자 다 먹어 뻔져.”(<한국구비문학대계> 충남편) ‘불다/뿔다’는 ‘-었-’과 결합하면 ‘ㄹ’이 탈락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무임은 물론, 저한테 쪼맨큼 기대를 걸었던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말아 뿠지예.”(<노을> 김원일)
전라 쪽에서는 ‘번지다/뻔지다, 분지다/뿐지다’들도 쓰인다. ‘번지다/뻔지다’는 전북에서 많이 쓰고, 충남 일부에서도 쓰인다. “독을 가져가시오. 웃댕이 하나만 딱 내려놓고 다 가져가 뻔지라.”(<한국구비문학대계> 전북편) “그런 자식놈이 죄다 먹어 분진게 아 그 애기를 업고 묻을라고 갔다 그 말이여.”(위 책) “꾀 홀랑 벗고, 옷 죄다 벗어 뿐지고 요 이불 밑이서 이렇게 자먼 좋을 턴디 그 옷을 걍 입고 자서 그것 땜시 내가 성화를 댔소 잉.”(위 책) “아 즈 아버지 치상치고서는 그냥 내쫓아 번졌네.”(위 책, 충남편)
‘버리다’는 주로 동사 뒤에 쓰이지만, 전라 쪽에서는 일부 형용사 뒤에서 놀라움이나 강조를 나타내기도 한다. “으매 추워 분 거.” “오지게 좋아 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