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강물 위 허공에 못박힌듯/ 물총새 문득 날아와 정지비행을 한다./ 팽팽한 일촉즉발의 숨막히는 한 순간/ 표적이 잡히자마자 온몸을 내리꽂아/ 홀연히 그 부리로 잡아채는 은비녀/ 비린 살 마구 파닥이는 저 눈부신 화두여.(‘강가에 앉아’·조동화)
쫓고 쫓기는 고리들. 이것이 삶이요, 자연의 질서다. 물고기와 물총새의 관계에는 먹히느냐 살아남느냐 하는 절박한 문제가 따른다. 마침내 재수없는 물고기는 물총새의 밥이 되고 만다. 물고기는 은비녀처럼 살아서 도망쳐 보겠다고 파닥일밖에. 물총새란 총알처럼 빠르게 물속으로 들어가 고기나 새우, 더러는 벌레를 잡는다고 붙인 이름일 터.
물총새의 전설이 어느 신문에 소개된 일이 있었다. 물총새가 바다를 날다가 지치면 암놈이 수놈의 밑으로 들어가 수놈을 업고 난다. 어디 암수 관계만 그러랴. 함께 걷다 같이 살다 누구인가 지치고 쓰러지려 할 때, 손을 내밀어 산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인가. 물총새의 삶에서 사람이 배울 바도 있다.
물총새는 겉으로 보기가 아름다워 비취옥 같다 하여 비조(翡鳥)라 이른다. <열녀춘향수절가>에 “호연 비조 뭇새들은 농초화답 짝을 지어 쌍거쌍래 날아들어 온갖 춘정 다투었다”에 그런 비유가 나온다. 꽃 피는 봄을 맞은 젊은이들의 애틋한 설렘을 노래했다. 소한 대한 다 지났거늘 입춘을 어찌 멀다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