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영어마을이 세워지는 등 우리나라가 ‘영어 광풍’에 휩싸여 있다는 게 틀리지 않은 판단이겠다. 지난 세기 이래 한국인의 이상향(?) 미국을 향한 바람이 바로 이 광풍으로 나타나는 것일진대, 이른바 ‘콩글리시’는 물러가야 한다고 여기는 분들이 꽤 있어 보인다.
콩글리시는 적어도 두 종류가 있다. 국어를 직역해 영어로 옮겼으나 통하지 않는 것(구·문장 등), 영어를 재료로 만들어 우리끼리 쓰고는 있으나 역시 영어에는 없는 것(낱말 등)이다.
나중 콩글리시의 대표라 할 ‘핸드폰’(handphone)은 뜻대로 ‘손전화’로 이르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이를 ‘그럼 발전화도 있냐’며 타박하기도 한다. 그럴듯한 지적 같지만, 휴대전화를 이를 때 ‘손’을 붙이는 다른 언어도 분명 있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라는 뜻으로 ‘서우티뎬화’(手提電話), ‘서우지’(手机)라고 하며, 독일에서는 ‘모빌텔레폰’(Mobiltelefon·이동전화), ‘풍크텔레폰’(Funktelefon·무선전화)이라고도 하지만 간단히 ‘핸디’(Handy)라고도 한다. ‘핸디’가 우리의 ‘핸드폰’과 사정이 비슷한데, 영어권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일말로는 ‘한디’가 되는 것을 영어식으로 ‘핸디’라고 발음하는 것도 특이하다.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와 중국·독일이 입을 맞추어 말을 만들어 낸 것도 아닐 터. 사람들 생각이 비슷비슷한 데가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