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서든지, 어떻게든’처럼 ‘어떻게’가 목적 제일주의를 부추기는 말로 쓰이기도 하지만, 말의 속성에 걸맞게 모호하게 쓰일 때가 적잖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오셨습니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기서 어떻게 사니?” “어떡해요?” “당신 생각은 어때?” “요즈음 어떻게 지내십니까?” “그만 용서하여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
자기 의견을 먼저 말하고 상대의 견해를 물을 때 흔히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한다. 여기서 ‘어떻게’보다는 ‘어떻다고’가 정확하겠다. 생각은 ‘머리로’ 하는 까닭이다. 생략된 것을 갖추면 “(당신은 이것을) 어떻다고 생각하느냐”가 된다.
집이나 일터로 찾아온 사람을 두고 ‘어떻게 오셨습니까?’ 한다. 수단·방법·과정, 곧 ‘무엇을 타고 오셨습니까?’, ‘걸어서 오셨습니까?’ 하고 묻는 말인데도 사람들은 보통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왜 오셨습니까?’로 알아듣는다. 용무를 바로 묻는 게 야박해 흐릿하게 에두르는 말하기로 풀이한다.
‘어떻다, 어떻게’는 불분명한 대상이나 행위를 들추어 의문문을 만든다. ‘어찌하다’는 의문동사인데, ‘어찌하여’보다는 ‘어떻게 하여’로 자릿수를 하나 더 늘린 표현을 많이 쓸 정도다. 이런 관용적이고 중의적인 표현이 재미있기는 하나 소통 과정에서 오해를 부르기도 하고, 다른 외국어로 뒤칠 때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