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해 사이에 달라진 자동차 관련 풍속도를 꼽으라 하면 단연 지도를 들고서 길을 찾아가는 운전자가 거의 없어졌다는 게 아닐까. 이것은 전자·정보통신 기술 덕분에 지도를 대신하면서 지름길이나 우회로를 알려주는 전자기기 내비게이션(navigation)이 일반화된 덕이라고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영어를 바탕으로 한 우리식 외래어, 이른바 콩글리시에 해당한다. 영어권에서는 ‘지피에스 내비게이터’(GPS navigator)로 쓰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지피에스(GPS·Global Positioning System)란,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지도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장치, 곧 ‘위성항법장치’를 뜻한다.
그런데 우리가 지피에스라고 일컫는 것은 원래의 위성항법장치를 뜻하지 않는다. 과속 탐지 카메라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기에서 출발한 지피에스는 단순히 그런 카메라 주위에 숨겨진 전파 발신기 가까이에 갔을 때 경고음을 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지피에스 수신기를 내장시켜서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나 사고 위험성도 알려주는 것으로 발전했고, 전자지도를 담은 컴퓨터와 연결하면 내비게이션 구실을 하는 것도 나타났다. 이렇게 내비게이션과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화면이 없어 더욱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우리가 일컫는 ‘지피에스’이므로, 원래의 의미와는 많이 동떨어진 외래어라고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길도우미’로 다듬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