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 7년(1461), 충청도 아산에 사는 관노 수만(禾萬)이 사헌부에 글을 올렸다. “이태 전 황수신이 진휼사로 왔을 때 친척에게 탄원(장고)케 하여 관둔전과 관아의 남새밭을 떼어 받았습니다. 그 땅은 제 아비·할아비로부터 대대로 부쳐먹던 밭입니다. 또 황수신은 관아의 마흔여덟칸짜리 기와집을 스물두칸짜리 초가집으로 줄여 샀습니다” 하였다. 만에 하나 이 말이 맞다면 황수신을 벌주어야 하고, 아니면 수만이는 공신을 헐뜯은 죄로 벌받아야 한다고 사헌부에서 임금께 아뢰었다.
이름접미사에 ‘만’이 있다. 강만이·게만이·돌만이·둘만이·보리만이·복만이·불만이·설만이·솔만이·알만이·흔만이·흘리만이 따위 사내이름에서 확인된다. 이 이름접미사는 어떤 뜻일까? 강만 하고 알 만하여 ‘강만이·알만이’일까? 심마니말 ‘마니’는 사람을 가리킨다. 심마니/심메마니는 심(산삼)을 캐는 ‘사람’이다. 똘마니는 도둑이나 거지 집단에서 부림을 당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름접미사 ‘만’ 또한 사람을 이르는 듯하다.
심마니말 너패·노갱이·답승·살푸·송쿠·야사·투화리 따위는 만주·여진말에서 비롯됐는데, 낱낱 곰·개·소금·숟가락·쥐·눈·불을 이른다. 그뿐만 아니라 심마니말에는 중국말도 적잖다. 고장말에도 심마니말처럼 이웃 언어와 오랫동안 교류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