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때 죄인에게 죗값으로 군역을 치르도록 하는 것을 ‘충군’(充軍)이라 했다. 세조 2년(1456년) 임금이 사헌부에 죄인들을 크게 풀어주라 했다. 그 가운데 검모포 충군으로 간 숫구미(守叱仇未)와 어리동이가 있다.
‘숫구미’는 문헌에서 ‘쉿구무/숫구무’로 나타나며, 요즘말로 숨구멍(간난아이 정수리께)에 해당한다. ‘궁기·개궁기’라는 이름에서 보듯 ‘궁기’가 이름의 밑말로 쓰였다. 중세말에서 구멍은 ‘ /구무’였다. 이는 ‘ ’에 호칭접미사 ‘이’가 더한 말이다. 개궁기는 개구멍일 터인데 담이나 울타리 밑에 터놓은 작은 구멍이다. 밑을 터 뒤를 보기 좋게 만든 어린아이 바지를 개구멍바지라고 부른다. 더불어 ‘구멍·똥구멍’이란 이름도 보인다.
고장말에는 구멍·구미·궁기뿐만 아니라 ‘구먹·구녁·구녕’도 있다. 요즘말을 옛말과 견줘보면 소리마디가 줄어든 것이 있다. 동냥치·양아치는 동냥아치에서 비롯됐고, ‘둥구미·골(腦)·대머리·예쁘다 …’들은 중세에 낱낱 ‘멱둥구미·대골·고대머리·어엿브다’로 쓰였다. 둥구미는 짚으로 둥글고 깊게 엮은 것인데, 고장 따라 퉁구먹이라고도 한다. 조선때 ‘어여분이/어엿분이’는 요즘 ‘예쁜이/이쁜이’로 변했다.
숨구멍은 나뭇잎이나 풀벌레의 숨쉬는 곳을 이르기도 하며, 답답한 상황에서 조금 벗어났을 때 숨구멍 트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