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달 5월에 대학에서 라일락꽃 내음이 향긋하다. 젊은이들이 라일락 이파리를 씹어 보며 쓰디쓴 사랑의 맛이라 음미하는 일도 이제 전통이 된 듯싶다. ‘라일락’과 우리 품종인 ‘수수꽃다리’, 향기가 강하다는 뜻의 ‘정향’(丁香)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냥 모두 라일락이라고 한다.
‘미스킴라일락’은 미군정 때 미국 사람이 북한산에서 가져간 수수꽃다리 종자를 개량해 나온 품종인데,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한국의 대표 아가씨는 미스킴이던가? 혹은 미스킴의 맵씨와 향기가 묻어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일락인데, 우리가 로열티를 물고 들여온다니 안타깝다.
젊은 여성을 흔히 ‘미스리, 미스킴’이라고 불렀던 때도 있었건만, ‘-씨’를 거쳐 ‘-님’으로 많이 바뀐 듯하다. ‘미스터’에는 나타나지도 않는 결혼 표시를 떠나 인격적으로 더 존중되는 우리말 표현으로 바뀌어 기쁘다.
지난 1년6개월 ‘숲속 하얀 꽃부리’(林素英)라는 이름값으로 글을 실었다. 연재를 마치며, 직접 산과 들에서 풀꽃을 관찰하고 정리하는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노고, 풀꽃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