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몇가지 ‘사룀글투’가 있다. 자손이 단출하나마 음식을 차려 제삿날 옛어른을 그리는 마음을 사뢰고, 드시라고 권하는 글이 축문이다. 언제·어디서·누가·누구에게·무엇을·왜·어떻게(여섯종자)를 한두 마디에 담아 사뢰고 비는 형식이다.
“아무해 아무달 아무날 ○○은 삼가 사뢰나이다. 어느덧 해가 바뀌어 ○○님 가신 날을 다시 맞으니 하늘 같은 가없는 은혜를 잊지 못하여, 삼가 맑은 술과 포과를 올리오니 드시옵소서!”
모시는 대상이 성주나 산신령이라도 글틀은 비슷하고, 제를 지내는 연유 정도가 다를 뿐이다. 예컨대 뫼에 새로 상석이나 빗돌을 놓을 때 산신께 비는 말이라면 “아무해 아무달 아무날을 맞아 삼가 산신령께 사뢰나이다. 아무개의 봉분이 헐어, 돌과 흙을 더하여 상석을 놓고 손보고자 하오니 놀라지 마시옵고, 이로 말미암아 궂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돌보아 주시옵소서. 이에 몇 가지 음식과 술을 차려 올리오니 드시옵소서!”
틀과 내용이 썩 간략하고 곡진하다. 번거로움을 멀리하고 간략하고 진솔하게 하는 데서 예가 선다. 어떤 글자를 쓰든 사룀글도 여섯 종자가 바탕이 된다. 여기에 베풀어 자세히 하는 말과 바람들을 덧붙이는데, 고사문이나 고유문도 받들고 아뢰는 대상이나 연유를 달리할 뿐 틀과 뜻에서 다를 게 별로 없다. 길이를 조절하여 간곡한 마음을 더하고 덜할 뿐이다. 이런 틀은 전래굿을 비롯해 종교들에서 두루 비슷한데, 일 있을 때마다 써 버릇하고 행하면 한결 마음이 가다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