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과 설탕은 원래 구별 없이 썼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탕가루·가루사탕·모래사탕·백사탕·백설탕·각사탕·모사탕·흑사탕·흑설탕·황설탕’은 남북 사전에 두루 실렸다. 사탕(沙糖·砂糖)은 ‘모래와 같은 가루 상태’를, 설탕(雪糖)은 ‘눈처럼 하얀 가루 상태’를 가리킨다. 사탕과 설탕은 그 말 자체로는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던 것이 남녘에서는 ‘단맛이 나는 물질’을 설탕으로, ‘설탕을 녹여서 만든 과자’를 사탕으로 구별해서 쓰는 경향이 있다. 북녘에서는 두 가지 모두 사탕으로 쓴다. 남녘 사전에 ‘각사탕’도 있지만 남녘에서는 주로 ‘각설탕’을 쓰는 반면, 북녘에서는 ‘각사탕, 모사탕’을 쓰고, ‘각설탕’은 쓰지 않는다. ‘검은사탕, 누렁사탕’은 ‘흑설탕’과 같은 말인데, 북녘에서 다듬은 말이다. 남녘에서도 쓰는 ‘사탕수수, 사탕무’는 ‘설탕의 재료가 되는 수수나무’인데도 ‘사탕’이라는 말을 쓰고 있어서 사탕과 설탕을 구별하지 않던 흔적이라 하겠다.
북녘말 ‘기름사탕’은 남녘에서 흔히 ‘캬라멜’로도 쓰는 ‘캐러멜’(caramel)을 다듬은 말이다. ‘캬라멜’과 ‘캐러멜’은 1950년대 이전에도 쓰였는데, 57년에 나온 <큰사전>부터 현재까지 ‘캬라멜’을 비표준어로, ‘캐러멜’을 표준어로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캬라멜’을 쓰는 사람이 꽤 많다. ‘캬라멜’이 상표에 쓰이는 영향인지, ‘캐러멜’이 그렇게 거부감이 드는 것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북녘에서는 1962년 <조선말 사전>부터 ‘캬라멜’을 표준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