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
어렸을 때 ‘달개비’는 주변에서 흔하디 흔한 풀꽃이었다. 너무 흔해서 보지 않을 수 없던 꽃 달개비는 주로 마당가 닭장 근처 같은 데서 자란다. 그래서 이름도 무척 많다. ‘닭의장풀/ 닭의밑씻개/ 닭개비/ 닭의꼬꼬’와 같이 닭과 관련된 이름에다 고장에 따라 ‘달구씨깨비/ 고낭귀/ 고냉이풀/ 고니풀’ 같은 사투리가 있다. 어떤 이는 꽃모양이 닭 머리를 닮았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한자말 ‘압척초’(鴨척草)는 ‘오리발바닥풀’, 영어이름 ‘구스 글래스’(goose grass)는 ‘거위풀’이라는 뜻이니, 집에서 치는 날짐승의 종류로도 나라나 겨레마다 다른 생활상이 드러난다. 하긴 우리 겨레한테 닭만큼 친밀한 날짐승이 어디 있으랴. 닭을 풀꽃 이름에 붙인 다른 보기로는 맨드라미의 고장말인 ‘달구베슬/ 닭비슬’도 있고, ‘닭의덩굴/ 닭의비짜루’도 있다.
달개비는 남보라색의 꽃이 대부분이라서, 빛깔에 따라 ‘하얀달개비/ 자주달개비’로 달리 부른다. 꽃이 큰 품종은 예전에 하늘색 물감을 만들어 썼다. 하루면 시들어 버려서 또 다른 영어이름은 하루만 피는 꽃이라는 데이플라워(day-flower)고, 그런 연유로 꽃말은 ‘짧았던 즐거움’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닭장은 멀어지고, 달개비는 과학실험실에서 잎의 숨구멍을 보는 실습재료나, 꽃집에서 사다 기르는 관상용 화분으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서울 어느곳 카페 이름 ‘달개비’도 재미있던데, 흙마당에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흙물이 튀는 달개비 꽃잎을 다시 보고 싶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달개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