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지다
심하게 장난을 하는 아이를 일컬어 ‘장난꾸러기’ 또는 ‘개구쟁이’라고 한다. 그리고 ‘장난꾸러기’나 ‘개구쟁이’가 하는 행동을 두고 ‘짓궂다’란 표현을 쓴다. 전라남도에서는 ‘제양시롭다’고도 하고, 북한에서는 ‘짓궂다’는 말은 없고 ‘장난궂다’라고 한다. ‘짓궂다’나 ‘장난궂다’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면서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이 있다.
“씨름이며 닭싸움이며를 하느라 한참 동안 개구지게 놀고 난 아이들이 비녀봉으로 칡이나 캐러 갈까 하고 둑을 내려설라치면 ….”(이서하 〈서점 앞에서〉)
“아이보다 천진난만하고 개구진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렀던 ○○○씨가 또 한편의 애니메이션 주제곡에 도전한다.”(〈씨네21〉)
“그러곤 개구진 미소를 짓다가 인찬의 굳은 표정을 본다.”(최진원 외 〈해바라기 5회〉)
‘개구지다’에서 ‘개구’는 문장에 단독으로 쓰일 수 없는 ‘어근’이다. ‘개구쟁이’에서의 ‘개구’와 같은 뜻으로, ‘장난이 심하고 짓궂음’의 뜻을 나타낸다. 뒤에 붙은 ‘지다’는 ‘값지다’, ‘멋지다’의 ‘지다’처럼 ‘그런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면서 앞에 오는 어근이나 명사를 형용사로 만드는 뒷가지(접미사)다. 따라서 ‘개구지다’는 ‘장난이 심하고 짓궂은 성질(경향)이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러한 뜻의 ‘개구’가 포함된 북한말로 ‘개구장마누라’가 있는데, ‘입이 걸고 행실이 못된 여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