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은 모국어다
〈혼불〉을 지은 작가 최명희는 토박이말 또는 고장말을 애써 찾아 쓴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모국어는 우리 삶의 토양에서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품고 길러 정신의 꽃으로 피워주는 씨앗”이라고 말한다. 한국어를 단순히 의사를 소통하는 수단인 언어로 보기보다는 이 땅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씨앗’으로 본 것이다. 모국어라는 언어에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인간과 자연의 모습, 전통, 문화, 예술의 혼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은 작가였다. 그리하여 “유구한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 산천초목, 전통적인 생활 습관, 사회 제도, 촌락 구조, 역사, 세시풍속, 관혼상제, 통과의례, 그리고 주거 형태와 복장과 음식이며 가구·그릇·소리·노래·언어·빛깔·몸짓” 들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말하자면 우리 혼이 담긴 토박이말 또는 고장말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소설을 쓴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전하는 까닭은 “피폐한 현대인들의 떠돌이 정서에 한 점 본질적인 고향의 불빛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떠돌이 정서’는 바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 시대 한국인들이 지닌 불안정한 정서를 일컫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여 한국인으로서 안정된 정서를 찾게 해 주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에게 모국어란 곧 방언이었고 전통과 자연과 인간을 합일시키는 매체였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