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안석(王安石)은 북송(北宋) 중엽, 군사비 팽창에 의한 경제적 파탄을 구하려고 획기적인 신법(新法)을 실시한 정치적 귀재(鬼才)일 뿐 아니라 송(宋)나라 시대의 시풍(詩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다음 시 <卽事>는 그가 만년(晩年)에 정계를 떠나 남경(南京)의 한적한 곳에 은거하면서 지은 것으로 추측된다.
강은 남원을 흘러 언덕 서쪽으로 기우는데
바람엔 맑은 빛이 있고 이슬에는 꽃의 화려함이 있네.
문앞의 버들은 옛 도령의 집이요
우물가의 오동은 전날 총지의 집이라.
좋은 모임에서 술잔을 거듭 비우려 하는데
아름다운 노래는 비단 위에 꽃을 더한 듯
문득 무릉의 술과 안주를 즐기는 손이 되어
내 근원에 응당 붉은 노을이 적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