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해질녘의 단상 3 비바람을 견뎌내고 튼튼히 선 한 그루 나무처럼 오늘이란 땅 위에 선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슬픔을 견뎌내야 조금씩 철이 드나보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경험하고 터무니없는 오해도 받고 자신의 모습에 실망도 하면서 어둠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가볍지 않은 웃음을 웃을 수 있고 다른 이를 이해하는 일도 좀더 깊이 있게 할 수 있나 보다 4 찬물로 세수하고 수도원 안정원의 사철나무와 함께 파랗게 깨어나는 겨울 아침 흰눈 속의 동백꽃을 자주 찾는 동박새처럼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즐겨 먹는다는 붉은 새처럼 나도 이제는 붉은 꽃, 붉은 열매에 피 흘리는 사랑에 사로잡힌 한 마리 가슴 붉은 새인지도 몰라 겨울에도 쉬지않고 움직이는 기쁨 시들지 않는 노래로 훨훨 날아다니는 겨울새인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