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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하다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지. 손질을 많이 해도 비가 새는 낡은 인간의 육신도 오래 쓰고 나면 고장나게 마련이다. 짧아지는 겨울 오후의 햇빛처럼 갈수록 짧아지는 나의 시간들. 당연히 해야 할 일도 자주 잊어버리는 건망증도 웃음으로 받아들이며 기쁘게 살자. 불안과 초조함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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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사랑 안에선 누구나 가족이 됨을 느낀다. 나의 글을 읽는 독자들이 가끔은 아기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해서 지어 준 고운 이름들 - 시내, 단비, 은비, 서인, 이슬, 보리, 아린, 수아 등을 불러 보며 기도 안에 아기들을 자주 안아 준다. 아직다 자라지도 않은 머리에 아증스런 꽃핀을 꽂아 찍어 보낸 아기의 사진들을 보면 내가 그애들의 대모가 된 듯한 마음이다. 언젠가 나와 같은 이름의 딸을 가진 시인 승희가 `수녀님은 우리 아이의 `엄마 요정(fairy-godmother)` 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어린 딸을 위해 기도해 주시겠어요?` 라고 써 보낸 편지의 한 구절도 떠오른다. 아직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으로 가깝게 이어지는 고운 인연이 많음을 오늘은 새삼 고마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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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눈이 빠지게 널 기다렸다."고 내게 눈을 흘기며 마실 물을 건네 주던 고운 친구야,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내 안에서 찰랑이는 물소리를 내는 그리운 친구야. 네 앞에서만은 항상 늙지 않은 어린이로 남아 있고 싶다. 내가 가끔 싸움을 걸어도 싸움이 되지 않는, 넓은 대지 같은 친구야. 네가 가끔 `돌깍쟁이` 라고 부르는 나도 네 앞에서만은 늘 솔직하지 않을 수 없다. 네 앞에서만은 피곤하고 목마르다는 투정도 좀 부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