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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머물던 세월보다 수도원 안에 머문 세월이 더 많아서일까. 잠시 수도원을 떠나 있어도 내 귀엔 문득 귀에 익은 종소리가 들리고, 수녀들이 함께 외우는 기도소리가 들리고, 풀밭에서 함께 웃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어디엘 가나 계속 되는 이 환청을 나는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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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반지를 20년이나 끼고 있던 손가락이 어느 날부터 조금씩 부풀더니 매우 아프기 시작했다. 반지를 빼고 나서도 오래 아프고 말을 안 듣는다. 늘 끼고 있으면서도 잊고 살았던 내 동그란 반지처럼 너무 가깝기에 잊고 산 듯한 나의 하느님. 약속의 하느님을 오늘은 죄송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그리워했다. 나는 그분 앞에 늘 염치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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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충고, 경솔한 판단, 자기 자랑, 가벼운 지껄임 - 하루의 모든 말들이 내가 주어 온 침묵의 돌들 앞에서 부끄러워진다. 며칠 전 안동에 갔다가 700년 되었다는 용계 은행나무 아래서 기념으로 몇개 주어 온 침묵의 돌들이 밤마다 깊고 고요한 눈길로 나를 길들인다. 침묵으로 노래하라. 침묵으로 기도하라. 침묵으로 사랑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