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남편 회사 가까운 곳에 전셋집을 얻어 이사를 했다. 결혼한 지 벌써 5년, 자질구레한 살림살이가 한 트럭 가득이었다. 한 해에 한두 번씩 하는 이사여서 짐 꾸리는 데는 이골이 난 터다. 커다란 짐은 미리미리 남편더러 챙겨 달래서 이사하는 날 아침 일찍 싣고 출발했다. 집 앞 공터에 짐을 부려 놓고 들어가 보니, 방이며 부엌이며 아직도 누군가 살고 있는 것처럼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다. 장판이 구멍 난 곳은 꽃무늬 별무늬 종이로 예쁘게 붙여져 있고 정결하게 절레질까지 되어 있었다.
이사하는 날의 어수선한 기분이 말끔히 가시는 것 같았다. 상쾌한 느낌으로 우선 부엌 살림부터 정돈하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 역시 말끔히 청소되었음은 물론 아궁이의 연탄재까지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그런데 선반 위를 보니 예쁘게 접힌 종이쪽지가 눈에 띄었다. 그 종이쪽지를 집어 펴보았다.
(새로 들어오신 아기 엄마에게.
대강 청소를 했습니다만 남이 살던 집이니 다시 한번 잘 살펴 보세요. 우리가 살 땐 괜찮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구들을 들여놓기 전에 연탄가스가 새는지 다시 한 번 불을 지펴 확인하세요. 모쪼록 온 가족이 건강하시고 복되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먼저 살던 여자의 편지였다. 쪽지를 다 읽고 나서 가슴에 쿵하고 와 닿는 이상한 감동 때문에 한동안 종이쪽지를 만지작거리며 멍하니 서 있었다.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