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키 작은 소년이 금붕어 가게 앞에서 어항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큰 대야에 담겨 있는 풀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한참이나 서성거리고 있었다. 소년은 별로 깨끗한 옷을 입고 있지는 않았으나 동그란 문이며 까무잡잡한 피부가 무척 귀여운 아이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인지 한쪽 어깨에 책가방을 메고 있었다. 드디어 주인 아저씨가 눈치채고 주의를 주었다.
"얘, 왜 거기 서 있니? 비켜라."
소년은 아직도 주저하는 몸짓으로 조금 비켜 섰다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아저씨, 저 빨간 붕어 얼마예요?"
주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가 사려고? 그건 비싸다. 200원 자리야."
소년이 말했다.
"150원밖에 없는데 어떡하죠? 할머니가 돌아가시려고 해요."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할머니와 그 소년은 붕어를 기르고 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할머니가 그날부터 몹시 편찮으시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소년은 붕어 때문에 할머니가 병이 나신 걸로 생각하고 매일 10원씩, 20원씩 생기는 돈은 모조리 저금해서 붕어 값을 보아 온 모양이었다. 조금 싼 붕어를 가져가면 어떠냐고 했더니, 반드시 처음의 그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죽은 붕어와 닮았다는 것이었다. 소년의 간절한 눈빛을 본 주인이 마침내 150원에 붕어를 주었다. 소년은 동전을 하나하나 털어 내놓고는 붕어를 들고 기뻐하며 뛰어갔다.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