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찬》이라는 어린이 잡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잡지 한 쪽 한 쪽을 채울 때마다 즐거운 일이 무지개 색 알사탕처럼 까르르 웃으며 튀어나오지요. 하지만 가장 큰 행복은 잡지 뒤쪽에 점잖게 박혀 있는 독자 엽서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팔꿈치가 빨개질 정도로 힘주어 꾹꾹 눌러 쓴 듯한 편지, 두어 시간 만에 겨우겨우 완성했을 것 같은 종이접기 작품, 집 안의 모든 미술용품을 꺼내놓고 한번씩 칠해 본 것 같은 그림까지…. 온갖 기상천외한 선물이 독자 엽서 안에 함께 들어 있거든요. 배 불룩 내밀고 있는 독자엽서를 볼 때면 덩달아 마음까지 두둑해집니다.
독자 엽서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놓치고 있었던 깨달음을 주기도 합니다. 몇 달 전, 어린이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별 고민 없이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번 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기사는 무엇인가요?' 그런데 어린이들이 전해 온 답은 저희의 예상과는 무척 달랐습니다. '신자은 기사요! 재밌게 흉내 내는 말을 많이 쓰거든요.' '배수인 기사입니다. 저희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달에는 할머니 댁에 간 일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강아지랑 실컷 놀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기 때문입니다.' 갸우뚱 하던 의문은 으하하 웃음으로 풀렸습니다. 앞의 두 어린이는 '기사'와 '기자'를 헷갈린 겁니다. 마지막 어린이는 기사라는 단어 자체가 어려워 자기의 경험을 적은 거고요. 비워 두어도 될 것을, 열심히 적어 보낸 마음이 기특하고 예뻤습니다. 몇 분간이나 편집부 전원이 엽서를 돌려가며 이리저리 허리를 꺾었습니다.
하지만 웃음은 잠시, 답을 적기 전에 어리둥절했을 어린이들의 표정을 생각하니 미안함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모든 어린이들이 '기사'라는 단어 앞에서 고민하는 건 아니겠지만, 저희에게도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독자 엽서를 보며 많이 행복하고, 많이 배웁니다. 어린이들도《아이찬》을 보며 행복하고, 세상이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을 많이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런 어린이들을 위해 몇 번이라도 독자 엽서의 질문을 고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