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여러분, 밤늦은 시간까지 저희 버스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일하느라 피곤하신 분들이 졸다가 종점까지 가게 되는 일들이 있는데요. 지금 종점 가시면 돌아오는 차편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시간부터는 내리셔야 할 정류장에 맞추어 잘 내리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밤 12시가 넘어간 시간, 사당에서 탄 버스의 기사님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며 손님을 깨웁니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깼습니다. 아직 내려야 할 때가 아니라 안심이었지만, 문득 몇 달 전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그날도 졸고 있었습니다. 몇 정류장만 지나면 내려야 하는데, 졸음을 이기지 못해 눈이 감겼나 봅니다. 한참을 잔 것 같아 눈을 뜨고 보니 처음 보는 야경이었습니다. 바로 내리고 싶었으나 착각한 것인지 몰라 조금 더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었습니다.
내리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니, 10분은 더 지나온 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차들도 별로 없습니다. 버스도 안 보입니다. 택시를 타자니 돈이 아쉬워 걷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라도 버스가 지나갈까 싶어서요. 그렇게 걷다 보니, 이게 뭔 짓인가 싶어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얼마나 걸었던지, 심야택시 아저씨는 기본 요금 거리라며 꺼려하셔서 더 난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졸다가 정류장을 놓친 일은 그날만이 아닙니다.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문 닫히는 소리에 놀라 깬 뒤 문을 열어달라고 간청했으나, '안 된다'며 딱 잡아떼는 기사님에게 야속한 마음이 들기를 서너 번. 출근 때도 비슷한 일이 여러 번이었죠.
그런 경험을 하고 보니, 그날 기사님의 안내 방송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나마 종점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