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행님이 편집실로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고요. 하지만 단단히 마음먹고 사직서를 냈는데 주변사람들이 이렇게 어려운 때에 무슨 공부냐고 질책을 하자 많이 상심이 되셨나 봅니다. 동행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을 해 달라며 저희 편집실의 문을 두드리셨습니다.
편지를 읽고 동행님의 마음이 전해져서 또 막내 동생 같은 생각에 괜히 찡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벌써 10년이 가까워지네요. 저 역시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고 사회에 나갔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다시 학교를 가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 공부야 부모님의 도움으로 했지만, 두 번째 공부는 스스로 하겠다며 경제적인 독립을 선언했지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당시엔 제게도 동행님처럼 차가운 눈빛과 걱정의 말들이 많았는데요. 누구의 도움 없이도 잘할 수 있다는 각오를 그렇게 표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그 때부터 제 고생스러운 아르바이트 인생은 시작되었지요.
손발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운 겨울날, 길에서 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점심 값을 아끼자고 컵라면을 먹는데 울컥 서러움이 몰려오던 날이 있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할 때는 쟁반이 너무 무거워 넘어졌는데 어찌나 창피하던지 화장실에서 눈물짓던 날도 있었고요. 통신사에서 하루에 300~400통의 전화문의를 받다가 한동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적도 있고, 공장에서 하루 종일 라벨만 붙이다가 어깨가 결려 잠을 못 이룬 날도 여럿 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는 말 안 듣는 고3 학생들만 모아놓고 공부를 시켰던 일입니다. 그 때의 진한 우정이 그리운 날이면, 지금은 모두 성인인 된 학생들이 가끔씩 제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합니다.
아르바이트의 달인이라 불릴 당시에는 학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면 그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고단한 시절의 경험은 사는 내내 참 많은 도움을 줍니다.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할 때 컴퓨터 다루는 방법을 배운 것은 지금도 유용하고요. 독자들에게 책을 보내려고 라벨을 붙일 때도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요^^ 예전에는 모르는 사람과 말하는 게 어려운 성격이었는데 다양한 아르바이트의 경험을 통해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인터뷰나 어려운 섭외에도 좀처럼 얼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동행님들이 보내주시는 고단한 삶의 이야기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하고 눈물지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아주 작은 경험도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동행님! 지금은 눈물나게 힘들지만 아마도 몇 년 후에는 참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 줄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용기 있는 결정에 저도 마음을 다해 응원을 보냅니다. 힘내세요!
글 《행복한동행》 김승희 기자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