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숙종 때의 학자 김학성이 입신 출세하게 된 것은 가난을 고귀하게 여긴 어머니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이 과부가 되어 가난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녀는 삯바느질을 하여 살림살이를 꾸려 가면서도 아들은 좋은 선생에게 보내어 공부하게 했습니다. 하루는 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처마에서 물이 밑으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물방울이 닿는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마치 땅 밑에서 쇠그릇이 울리는 소리와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호기심에 땅을 파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땅 속에는 큰 가마가 들어 있었고 그 안에는 하얀 은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에 큰 보화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뻐하지 않고 도리어 남 모르게 흙으로 다시 그것을 묻어 버렸습니다. 이튿날 어머니는 오빠에게 부탁하여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 후 두 아들은 장성하여 과거에 급제, 학문을 인정받기에 이르렀고 그제서야 고향으로 돌아온 어머니와 두 아들은 아버지의 제사를 모셨습니다. 제삿날에 어머니는 오빠에게 말했습니다.
"남편을 잃은 후 나는 이 두 아이를 맡아 기르지 못할까 봐 아침, 저녁으로 마음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의 학업도 진취되고 아버지의 뜻을 계승할 수도 있게 되었으니 이제 나는 이 세상을 떠나도 부끄럽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지난날 자신의 앞마당에서 발견한 은가마를 버린 사연을 덧붙여 말했습니다. 깜짝 놀란 오빠가 이유를 묻자 어머니는 다시 말했습니다.
"이유 없이 큰돈을 얻으면 반드시 의외의 재앙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마땅히 고생해야 되는 것인데 어려서부터 편안하게 되면 공부에 전력을 다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돈을 낭비하는 습관만 생기고 마음이 점점 게을러져 쓸모없는 사람이 될 것이므로 이를 떠나는 것이 화를 떠나는 일인 줄 알아 기꺼이 가난의 길을 택하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