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쪽의 칼레라는 조그만 도시에는 로댕이 만든 '칼레의 시민들'이라는 조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청동조각에는 실로 놀라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백년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였습니다. 영국 왕이 군대를 이끌고 프랑스로 쳐들어왔습니다. 영국왕은 조그만 칼레 시를 우습게 보고 단숨에 함락시킬 생각으로 성을 공격했으나 칼레의 시민들은 한마음이 되어 용감하게 적과 싸웠습니다. 영국 왕은 번번히 실패를 거듭하자 작전을 바꾸어 먹을 것이 떨어져 항복할 때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영국군이 몇 달째 성을 포위하고 있자 성 안의 사람들은 지치고 식량도 바닥나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식량이 한톨도 없게 되자 칼레의 시민들은 회의를 열었습니다. 결국 칼레의 시민 대표 한 사람이 영국군 진지로 가서 항복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영국 왕은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그래 좋다. 너희들은 모두 살려 주겠다. 그러나 그 대신 시민들 중에서 대표로 여섯 명을 뽑아 처형하겠다. 내일 아침 여섯 명은 성문 앞으로 나오라."
이 말을 전해 들은 칼레 시민들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때 생피에르가 입을 열었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이 말 한마디에 사람들은 용기를 얻고 서로 죽음 앞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두 사람이 나서는 바람에 일곱 명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제비를 뽑아서 목숨을 건질 한 사람들 정하자고 했으나 생피에르는 반대했습니다.
"제비를 뽑는 순간 '내가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의 용기가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장터에 제일 늦게 나오는 사람이 빠지기로 합시다."
이튿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섯 명이 다 모였으나 생피에르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들은 생피에르의 집으로 가보았는데 그는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죽음을 자원한 대표들의 용기가 약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생피에르의 죽음을 본 대표 여섯 명은 영국 왕 앞에 두려움 없이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떳떳한 얼굴을 보고 놀란 영국 왕이 이유를 묻자 그들은 생피에르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영국 왕은 큰 감동을 받고 그들을 모두 칼레성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생피에르의 값진 죽음이 나머지 여섯 사람의 목숨을 살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