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조그만 도시에서 '우리 마을 만물상'이라는 가게를 운영했는데 우리 일곱형제들은 먼지를 털거나, 물건을 진열하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그 일이 익숙해지면 손님을 상대했다. 그러던 중 중학교 2학년때 나는 아버지에게 장사가 단순히 물건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저녁, 나는 가게에 들러 장난감 선반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때 여섯 살쯤 된 꼬마아이가 가게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이의 코트는 낡아서 소매끝이 너덜너덜했고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는 위로 삐죽삐죽 뻗쳐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아이는 무척 가난해 아무것도 사지 못할 것 같았다. 아이는 장난감 선반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집어들었다가 조심스럽게 도로 올려놓곤 했다. 얼마 후 이층에 있던 아버지가 내려와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버지는 다정한 미소를 띄우며 무얼 찾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동생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는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 꼬마아이를 어른 손님과 다름없이 대하면서 선물을 천천히 골라보라고 말했다. 20분쯤 지나자 아이는 장난감 비행기를 집어 들고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이거 얼마예요, 아저씨?" "얼마나 있니?"
손바닥을 펼치자 아이의 샊가만 손엔 100원짜리 동전 두 개에 50원짜리 동전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고른 장난감은 4천원 짜리였다.
"그거면 됐구나."
장난감 비행기를 포장하며 나는 방금 일어난 일을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아이가 장난감을 들고 가게를 나갈 때 아이의 헝클어진 머리, 낡은 코트와 신발은 더 이상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보물을 손에 들고 기쁨에 넘쳐서 환하게 웃던 꼬마아이의 얼굴만이 커다랗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