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에 진요자라는 명궁이 있었다. 그는 활을 어찌나 잘 쏘는지 나라안팎에 그와 겨룰 만한 궁사가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모아 놓고 활을 쏘고 있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기름 파는 노인이 그 모습을 지켜 보았다. 노인은 진요자가 화살 열 개 가운데 아홉개를 명중시키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요자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장, 제 궁술의 비결이 뭔지 궁금하십니까?"
그러자 노인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뭐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겠습니까? 활이 당신 손에 푹 익은 것 같군요."
노인의 말에 진요자는 기분이 나빠졌다.
"아니 제 솜씨를 어찌 그렇게 가볍게 평가하십니까? 이건 하루 이틀에 배울 수 있는 궁술이 아닙니다."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아, 화내지 마시오. 내가 참기름 장사를 오래 하다보니 조금 이치를 아는 것 뿐이라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진요자가 묻자 노인은 호리박처럼 생긴 참기름 병을 꺼내 땅 위에 놓더니 엽전으로 그 주둥이를 막았다. 그리고 참기름을 국자로 떠서 병 속에 흘려 넣었다. 그런데 노인의 키높이에서 흘려보낸 참기름이 엽전의 조그만 구멍 속으로 정확하게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진요자가 살펴보니 엽전에는 참기름이 한 방울도 묻지 않았다. 진요자는 노인의 솜씨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노인이 말했다.
"아아, 놀라지 마시오. 나도 뭐 별다른 비결이 있는게 아니니까. 다만 손에 푹 익었을 뿐이라오."
그 말을 들은 진요자는 노인에게 깊이 머리 숙여 절을 했다. 이후 진요자는 활을 쏘는데 있어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