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서점을 열고 각종 신앙도서와 아동도서를 팔고 있다가. 얼마전 이웃 동네 꼬마 찬희와 상하가 우리 가게의 문 앞에서 비죽 고개를 내밀었다. 들어오라고 손짓하니 그 아이들은 낯선 남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선생님,애가 진짜 도둑놈이에요!” 라로 말하는 것이었다. 언뜻 며칠전 찬희가 “우리 동네에 자전거 훔치는 도둑놈이 있어요” 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나는 찬희에게 눈을 찡긋 감아 보였다. '사돈 남말 하는 게 아니야' 하는 의미로…찬희,상하와 만난 것은 그 애들이 아파트 단지 내에 세워 둔 자전거를 몰래 훔치다 발각되면서부터이다. 두 아이 모두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다. 찬희는 엄마가 가출하고 아빠와 형 이렇게 셋이서 살고 있었고,상하는 여섯 시구가 단칸방에서 올망졸망 살고 있었다. 찬희와 상하는 타이르는 내얘기를 듣고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더니 다시는 그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 나는 꼬마 도둑에게 이름을 물었다.
“이동섭!” 나는 동섭이의 두 손을 맞잡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동섭이가 그 동안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 모두 용서해 주세요.' 한동안 동섭이의 손을 잡고 있자니 동섭이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선생님,동섭이도 반성문 쓰게 해야지요!”
찬희의 말에 쓰고 싶으면 쓰라고 말했다. 잠시 후 저희들끼리 무얼 하나 들여다보니 동섭이는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고 옆에서 찬희가 열심히 그 말을 받아 적고 있었다. 초등학교 사학년이면서도 동섭이는 글을 몰랐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섭이 부모님은 직장일이 너무 바빠 아들이 글을 모르는 것도, 도둑질을 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반성문 한 장을 써 가지고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왔다. 아직도 동섭이 눈에 눈물 자국이 있었다. 나는 동섭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찬희야, 상하야, 이젠 동섭이를 소개할 때 '제 친구 동섭이에요'라고 말하려므나” 찬희와 상하가 내게 진짜 도둑을 데려온 이유를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