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었다. 하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탄 나는 운전기사 아저씨 바로 뒷자리에 앉게 되었다. 다음 정류장에서 많은 손님이 탔다. 학생들이 먼저 버스에 탔고 마지막에 할머니 한 분이 올라오셨다.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선뜻 요금을 내지 못하고 운전 기사의 눈치만 보셨다. '왜 저러실까?' 하고 의하해했지만 나는 곧 할머니가 주저하고 있는 이유를 눈치챘다. 할머니 손에는 동전이 삼백 원뿐이어서 차비 사백 원 중 백 원이 모자랐던 것이다. 나는 이제 기사 아저씨가 버럭 화를 내면서 한마디 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때 기사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아이구! 할머니, 차비는 사백 원인데 왜 칠백 원을 내세요. 오백 원짜리 동전을 백 원짜리로 착각하셨군요."
뭔가 이상했다.내가 보기엔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돈은 분명히 백 원짜리 세 개였는데 갑자기 백 원자리 동전이 오백 원짜리로 둔갑한 것이다. 그런데 기사 아저씨는 한술 더 떴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다음 정류장에서 손님한테 잔돈 받으면 삼백 원 돌려 드릴게요."
무안해하는 할머니를 위해 그런 친절을 베푸는 기사 아저씨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아저씨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