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일학년때의 일이다. 나는 학교에 늦지않게 등교하기 위해 아침 일찍 버스를 탔다. 그때는 고등학생들이 많은 시간인데, 이상하게도 초등학생 정도 돼 보이는 한 꼬마가 항상 나와 같이 버스에 오르는 것이었다. 초등학교까지는 십 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일찍 갈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다. 그 꼬마는 아침마다 날 보면 방긋 웃곤했다. 난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왠지 그 아이는 싫었다. 부스스한 머리, 지저분한 손, 옷, 가방....... 이런 것들이 나의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었다. 어떤 날에는 차에 사람들이 많아서 그 꼬마가 내 옆에 서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얼른 피해 버리곤 했다. 그 꼬마가 무안해할 정도로.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버스 정류장에서 그 꼬마를 만났다. 꼬마가 내게 요구르트 한 병을 내밀었다. 나는 받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 얼른 받아서 도시락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는 학교에 도착해서 그 요구르트 옆 친구에게 주어 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어느 겨울날이었다. 그 꼬마가 며칠이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이는 것 이었다. 버스를 몇 대나 그냥 보내며 기다려 봤지만 역시 오지 않았다. 며칠 후 그 꼬마가 여윈 얼굴로 다시 나타났다. 나는 얼른 그 꼬마에게 가서 물어 보았다.
"왜 그 동안 일찍 나오지 않았니? 아팠니?" "응, 감기."
꼬마는 내가 먼저 말을 건넨 것이 너무 좋았는지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제서야 나는 그 아이에게 악수를 청하고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 꼬마는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교통사고로 가족을 다 잃었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죽은 친누나가 나와 닮아서 잠도 뿌리치고 날 보기 위해 등교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