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그 할머니를 퇴근 길 집앞 골목에서 마주쳤다. 허름한 보랏빛 외투와 버선이 삐죽 나온 흰 고무신에다 국방색 모자를 눌러 쓴 할머니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고물 장사를 하신다. 이리 저리 리어카에 실어 드렸더니 이빨이 다 빠진 잇몸을 활짝 드러내면서 어린애처럼 좋아하셨다.
"젊은이! 고맙구먼. 복 많이 받을 거여."
어느 날은 리어커를 끌고 가는 게 너무 힘들어 보여서 얼른 밀어 드렸다.
"젊은이! 이 늙은 것이 고물 장사한다고 돌아 다니는 게 우습지?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네."
할머니는 이 년 전에 할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보냈는데, 하나뿐인 아들마저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게 되었다. 그나마 있던 집은 원인 모를 화재로 날려 버렸다. 그런 사연을 듣고 있자니 할머니가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하늘을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그 할머니를 돕기로 했다. 나는 한달 용돈 팔만원에서 매월 만 오천원씩을 떼어 모으기 시작했다. 나역시 막노동을 하며 하루하루 근근이 벌어 먹고 사는 입장이지만 그 할머니의 딱한 처지를 그냥 두고 볼 수 만은 없었다. 그렇게 모은 돈이 어느 정도 되어 나는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 돈을 할머니 집에 몰래 가져다 놓았다. 며칠 뒤 할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무척 반가워하며 말했다.
"글세, 어떤 사람이 우리집에 돈 봉투를 두고 갔어. 누군지 몰라도 그 사람은 틀림없이 천사일 거야."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는데 저렇게 기뻐하시다니...... 이번에도 눈물이 핑 돌았다. 휘영청 밝은 달이 유난히도 따뜻하게 느껴지던 밤이었다.
남을 돕는다는것이
귀한글들로 소식전하는 쥔장도
복받을거구만
수고하셨어요.
독자편지 100회 축하드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