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그만 간이역을 지나칠 때마다 십육년 전 그날을 떠올린다. 그때 나는 초등학교 일학년 꼬마였다. 당시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자주 이사를 가야 했던 탓에, 그때마다 학교를 옮겨야 했다. 그렇지만 나는 전학하지 않고 경기도 연천에서 대광리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 기차를 탔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매일 같아서 어머니는 늘 역으로 마중을 나오셨다. 그런데 하루는 학교에서 친구랑 놀다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한번 기차를 놓치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때였다. 집에 연락할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그 텅빈 플랫폼에서 난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울고 서 있는데 역장 아저씨가 다가오시더니 다음 기차를 타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역에서 걱정하며 기다리실 엄마와 다음 기차가 올 때까지 혼자 기다려야 한다는 막막함에 난 계속 울먹였다. 아저씨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다 잠깐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누군가를 부르셨다. 잠시 뒤 내 눈앞에 시커먼 열차 한 대가 섰다. 그 기차는 무연탄을 실어 나르는 화물 열차였는데, 연천 역에서 서지 않고 곧장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본일이 있다. 역장 아저씨는 한 아저씨에게 사정을 얘기하시며 나를 데려다 주라고 말씀하셨다. 그날 나는 얼굴에 잔뜩 석탄가루를 묻히고 울지 말라며 역장아저씨가 준 껌 몇 개를 꼭 쥔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내 기억 속엔 항상 그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린 나에게 그런 수고를 해 주신 역장 아저씨와 두 기관사 아저씨, 지금도 내 고향 연천의 작은 역에서 먼 기적 소리를 내며 달리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