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곰국이나 한약을 자주 드시는 편입니다. 이곳저곳 여러 한의원에 갔었지만 그때는 가까운 읍내에 있는 인제 한의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약을 지었습니다. 한의원에 가면, 한의사 선생님은 자신의 실력을 과시라도 하듯 금방 진맥을 끝마친 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방전을 쓱쓱 휘갈겨 써 내려갑니다. 그리고 대기실에 잠깐 기다리다가 처방대로 지어준 약을 받아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한의원은 여느 한의원과 달랐습니다. 한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주 세세하게 진맥을 하고 어머니의 병세를 듣고, 그것을 종이에 쓰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목을 잡고 쓸으시며 너무도 자상하게 진료를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나는 '좋은 약 효과의 삼분의 일 정도는 그런 친절한 진료에 의해 좌우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료를 받고 난 며칠 뒤 아침에 한의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약은 잘 잡숫고 계십니까? 배가 아프거나 이상이 있지는 않으셨는지요." 한의사 선생님은 어머니가 한의원을 다녀간 뒤의 병의 차도를 요모조모 물으셨습니다. 아침 청소를 하다말고 나는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약사나 의사선생님의 관심어린 대화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약하고 아픈이게게는 명약 못지 않은 좋은 효과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도 그분 전화를 받은 후 약에 대한 믿음이 더 깊어지셨는지 몸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