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쉰한 살 된 고등학교 삼학년 학생이다. 스물네 살 때 결혼한 나는 아들 넷을 낳아 기르느라 등에서 아이들이 떠날 날이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기르며 약 이십년 동안 자유시장에서 점원도 없이 혼자 아동복 도매상을 운영해 왔는데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을 한달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번씩 밤차로 오르내려야 했다. 남편은 신경성 위장병 때문에 힘든일이나 신경쓰는 일을 할 수 없어서 청소, 은행일, 가게 문열어주는 일등을 잠깐씩 도와주고 나머지 시간은 주로 동네를 위해 봉사하며 짬짬이 건강을 위해 등산도 다닌다. 그래서 나의 삶은 눈만 뜨면 시장에 나가 하루종일 장사하고 밤이면 집에와서 여섯 식구들 뒤바라지하는 고단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잠든 밤이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도 쓰고 책도 읽으며 배움에 대한 꿈을 남몰래 키워 나갔다. 오랜 기원 끝에 1992년 8월 나는 야간 학원에 입학했다. 차를 두 번이나 갈아타는 길을 일주일에 세 번씩 공부하러 다녔다. '정말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삼십년 넘게 굳어 있던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중학교 기초부터 시작했는데 이년 만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기쁨을 얻었다. 내 나이 쉰한 살인 지금, 또다시 대입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다. 삼년 동안 공부했지만 아직도 수학이 큰 걸림돌이다. 영어단어 하나 외우기 위해 백번을 써 보기도 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려 몇번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다시 시작한다. 집안 일 때문에 결석을 밥먹듯하고 꾸벅꾸벅 졸던 때도 많다. 그럴때마다 선생님께서는 "그만 잡시다"하며 빙그레 웃으신다. 모르는것은 열번, 백번이라도 목이 쉬도록 가르쳐 주시는 어린 선생님 덕분에 나는 늘 열아홉 소녀 같은 푸른 꿈을 안고서 값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