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홉 살이 되던 해였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우리집 형편은 대부분의 시골 농가가 그렇듯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쪼들리는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큰맘먹고 어린 암소를 한 마리 사 오셨다. 그 암소는 온 식구들의 기대한 관심속에 원래 있던 황소 한 마리와 사이좋게 어울리며 무럭무럭 잘자랐다. 아버지는 소에게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늘 노심초사하셨지만, 아무 탈없이 쑥쑥 잘 자란 암소는 어느덧 새끼를 갖게 되었다. 송아지가 태어나던 날,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 코, 입 모두가 똑같은 암수 쌍둥이 송아지가 태어났던 것이다. 어미 소가 지긋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송아지는 머리를 부딪히며 싸우는가 하면 코를 마주대고 다정한 모습으로 잠들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집에 갑자기 목돈이 들어갈 일이 생겼다. 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서운함을 애써 감추시며 우시장에 나갈 준비를 하셨다. 발육 상태가 더 좋은 수송아지를 먼저 내다 팔기로 작정하고 외양간에서 송아지를 꺼내려는데 술렁거리는 분위기로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챈 쌍둥이 송아지가 애닯게 울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어미 소도 마치 사람처럼 눈물을 줄줄 흘렸다.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께서도 송아지를 팔고 돌아오시는 길에 펑펑 울고 마셨단다. 혼자 남겨진 송아지는 어미소곁에서만 맴돌뿐 외양간에서 한발짝도 나오려 하지 않았다. 정말 가여웠다. 얼마 후, 겨우 마당으로 나온 송아지는 마루 옆에 걸려있는 큰 거울에서 우연히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처음엔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더니 나중에는 거울에 제 볼을 갖다대며 부비는 것이었다. 인정 많은 우리 할머니께서는 이 모습을 보시고 거울을 송아지가 잘 보이는 마당쪽에 옮겨 달아 주시면서 눈물을 글썽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