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시간이 좀 남아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다가 매점에서 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일찌감치 극장안으로 들어섰다. 내 좌석은 중간 자리였다. 좌석표를 들고 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우왕좌왕 오가고 그 사람들 틈에서 간신히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화면에 무수한 광고들이 휙휙 지나갔고 나는 과자를 오물거리며 멍하게 광고들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영화시간이 다 되었는지 어느새 좌석은 꽉 매워지고 극장안은 한츤 더 어두워진 느낌이었다. 그때 극장 앞문이 열리더니 한 아주머니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주머니는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맨 앞자리부터 한칸 한칸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는 것이었다. 아마 자리를 찾는 관객이겠거니 했는데 아주머니는 사람들에게 종종 말을 건네기도 하면서 차츰차츰 뒤쪽으로 움직이셨다. 내가 앉은 중간 좌석 근처에서 아주머니는 허리를 펴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셨다. 그때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영문을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물으셨다. "아까 매점에서 과자를 사 간 아가씨 아닌가?" 그때서야 그 아주머니가 매점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주머니는 "어여 이것 받아"하시며 손을 뻗어 동전을 내미셨다. "아까 과자 사고 거스름돈을 덜 주었어." 돈을 받고 나니 아주머니는 벌써 극장안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잠시 후 영화가 시작되었다. 손을 펴 보니 오백원짜리 동전이 반짝 빛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는 오백 원짜리 동전을 꼭 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