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님예, 보내 주이소 "판수야! 오늘 잔업이다." 갑작스런 반장님의 말에 저는 반사적으로 '어 안되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저녁엔 중요한 수업이 있어서 꼭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필이면 오늘따라 한 분이 결근을 해서 그일을 대신하고있었는데 잔업까지 걸려 학원을 못가게 되다니.... 그렇다고 일손도 부족한데 먼저 간다고 말할 수도 없어 마냥 애만 태웠습니다. 군 제대 후 돈보다는 전문지식을 얻어야 겠다는 생각에 스물 다섯 나이에 입시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그 동안 잘 견뎌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나약해지면서 외로움과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저녁 식사 후 잔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제 사정을 아시고는 "을은 내가 하면 돼, 김군은 빨리 학원 가라. 배우는게 더 중요하지. 내가 할 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침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내 얘기를 전해 듣고서 반장님에게 부탁했습니다. "반장님예, 김군 보내이소. 우리가 조금씩 거들면 되니까 학원에 송부하게 보내이소." 평소엔 자신들의 일만으로도 벅차고 힘들어 했지만 이번에는 서로 맡겠다고 야단들이었습니다. 특히 쌀쌀맞던 정양이란 아가씨마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반장님예, 지가 하믄 됩니더. 보내 주이소." 순간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다음 날, 힘들게 일했을 그분들의 모습은 정말 건강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