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미정이라는 친구가 있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그 애는 얼굴이 조금 못생긴 편이다. 애칭으로 '몽순이'라는 별명까지 있었다. 그런데 그 애가 어느 날 호들갑을 떨며 어제 슈퍼에 갔다가 진짜 근사한 남자애를 만났노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몽순이의 얘기에 그냥 웃고 말았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몽순이가 "아까 너희들이 왜 웃었는지 안다. 그렇지만 영선아, 난 그 애가 정말 좋아. 그냥 봤을 뿐이지만 느낌이 좋은 애였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몽순이의 우울한 모습이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 몽순이라고 사람 좋아하지 말라는 법 있나? 내가 도와 줘야지'결심하곤 그 남자를 수소문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애는 내가 아는 남자였다. '계집애 눈은 높아가지고.' 나는 혼자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날 몽순이에게 내가 도와 주겠노라고 하자 그녀는 볼이 상기될 정도로 기뻐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내 걱정은 시작되었다. 그 남자애에게 차마 몽순이 얘기를 꺼내지 못한 것이다. 이때부터 나의 거짓말이 시작되었다. 몽순이에게는 "그 남자애가 너의 조용한 모습이 괜찮다고 하더라" "너 머리결이 예뻐 보인데" 같은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거짓말로 몽순이에게 라면이랑 잡다한 과자를 얻어먹었다. 그러나 날로 커지는 몽순이의 기대에 내 걱정도 그 만큼 커져만 갔다. 그러기를 두 달, 양심에 가책이 되어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나는 그 남자애에게 용기를 내어 사실을 털어놨다. 사정을 들은 그 애가 뜻밖에 한 번 만나겠노라고 했다. 나는 몽순이에게 으스대며 약속장소를 알려 주었다. 그때 몽순이의 표정이란...... 드디어 약속한 날이 돌아왔다. 그날의 몽순이는 내가 알고 있던 몽순이가 아니었다. 몽순이는 변해있었다. 조신한 언행이며, 진짜 반짝이는 머리결하며.....정말 예뻤다. 그 남자애도 처음엔 조금 실망하는 것 같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호감을 보였다. 결과는 물론 해피엔딩이었다. 나는 지금 내 거짓말이 몽순이를 변화시켰다고 믿는다. 몽순이는 그 남자애가 조용하고 지적인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 하루에 책을 세권 이상 읽었다고 한다. 오! 놀라운 사랑의 힘. 지금 생각해 보니 흔쾌히 만남을 허락해 준 그 남자애에게도 고맙다. 사람의 외면보다는 내면을 보아 주었으니 말이다. 이것은 그 남자애와 나만의 비밀이지만 글세 만약 이 글이 책에 실린다면 몽순이가 알까? 알아도 상관없다. 나는 캐나다에 있으니 몽순이가 찾아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