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삼년 동안 그 친구와 나는 칠 킬로미터나 되는 먼 거리를 자전거로 통학했다. 그때 우리는 같은 학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 날에도 변함없이 늘 함께 다녔다. 자전거를 나란히 타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던 길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삼학년 겨울 무렵 나는 그만 내 재산 목록1호인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속상한 마음으로 며칠 동안 학교와 온 동네를 뒤지며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다. 당시 가정 형편상 새 자전거를 구입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낙심해 있는 나를 위로하면서 친구는 자신의 자전거로 같이 통학하자고 했다. 그 뒤 나는 친구의 자전거를 함게 타고 다녔다. 친구는 매일 나를 자전거 뒤에 태워 우리 학교 정문 앞까지 바래다 주었고, 또 수업을 마치면 나를 태우러 다시 들렀다. 꼭 그래야만 한다고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니었는데 우리는 아침 저녁 늘 서로를 기다리곤 했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갈 즈음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날 따라 수업도 조금 일찍 끝났다. 학교 정문에 나가 보았지만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한 십여 분 기다리다가 그냥 뒤를 돌아보면서, 자전거가 보이기만 하면 친구가 아닐까 싶어 내 앞을 지날 때까지 서 있곤 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옷은 빗물에 젖어 차갑고 축축했고, 가방이며 신발도 온통 빗물로 범벅이었다. 집에서 한참 젖은 옷을 말리고 있는데 친구가 도착했다. 친구는 한 시간이 넘도록 비를 맞으며 나를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화를 내기는커녕 내가 비맞고 그냥 걸어왔다는 소리를 듣고는 버스라도 타고 가지 그랬냐며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것이었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