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가을, 내가 근무하는 학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성깔이 있어 보이는 일곱 살짜리 꼬마가 학원에 새로 들어왔는데, 첫날부터 스케치북에 검은 색 크레파스를 신경질적으로 죽죽 그어댔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최근에 재혼했다는 아이의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우리 애가 새아빠에게 적응을 못해 신경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어요. 각별히 관심을 써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대했지만 그 애는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책상 위에 놓아 두었던 만년필이 없어졌다. 이상하다고 여기면서도 그냥 넘겨 버렸는데 그 뒤로 아이들의 물건이 종종 없어졌다. 새로 온 그 아이들 의심하는 아이들을 나무라면서도 이제껏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나도 자꾸만 그 아이들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 애의 가방을 들여다본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가방 속에는 내 만년필을 비롯해 아이들의 샤프와 지우개가 수북했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서 주인에게 둘려주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는 듯 수선을 피오며 연필도 주워 오고 지우개도 들고 왔다. 그 애도 불쑥 만년필을 내멸며 책상속에서 찾았다고 했다.
"고마워. 넌 똑똑하니까 잃어버린 물건도 참 잘 찾는구나."
나는 그렇게 칭찬하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주우면 반드시 주인을 찾아 주어야 한단다. 잃어버린 친구들이 얼마나 속상해하겠니? 남의 물건이 마음에 들더라도 참고, 욕심 내지 않는 어린이가 이 다음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야."
고개를 떨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애는 차즘 친구들과 어울리며 명랑해져 갔다. 그리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수심이 가득하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모든 일에 긍정적인 방응을 보였다. 놀라운 변화였다. 그 애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