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사학년 교생 실습을 나가서 겪은 일이다. 나는 분단별로 돌아가며 아이들과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아이들의 시선은 늘 도시락 반찬에 집중되었다. 나는 그런 시선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같이 먹는 아이들이 골고루 하나씩은 먹을 수 있도록 항상 반찬의 가짓수를 조절했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나는 학생이 점심 시간만 되면 슬그머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그냥 화장실이 급해서 그러겠지 생각했는데 식사가 다 끝나도록 그 학생은 들어오지 않았다. 몇몇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아버지가 막노동을 하여 생계를 꾸려 나가는데 식구가 여덟 명이나 되어 도시락은 엄두도 못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부터 난 두 개의 도시락을 준비했다. 그리고 학교에 일찍 가서 그 아이의 책상안에 도시락을 몰래 넣어 두었다. 다행히 그 아이가 도시락을 맛있게 먹어 주어서 참 기뻤다. 사주 동안의 교생 실습이 끝나 나는 그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저런 아쉬움 속에 교정을 걸어 나오는데 누군가 자꾸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교문을 벗어나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도 이상한 느낌이 들어 몇대의 차를 그냥 보내고 있을 때였다. 한 학생이 내 앞으로 쭈뼛거리며 다가섰다. 세수도 안 한 얼굴, 더러운 교복, 구멍난 운동화의 주인공은 내가 도시락을 싸다 주엇던 바로 그 아이였다. "내게 할 말이 있니?" 그 아이는 대답도 없이 가만히 서 잇다가 내 손에 무언가 쥐어 주고는 얼른 도망가 버렸다. 신문지로 돌돌 말린 포장을 뜯었을 때 그 속에서 청자 담배 한 갑이 나왔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그 당시 백 원쯤 하던 담배였는데 그 아이에겐 상당히 큰 돈이었을 것이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는 그 아이가 백원이나 되는 돈을 모으려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난 그 담배를 오랫동안 간직하며 조금씩 아껴 피웠다.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 말을 꼭 전해 주고 싶다.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청자 한 갑의 선물을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