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상을 물린 뒤 시작된 남편과의 대화가 조금씩 격한 어조로 바뀌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언성이 높아졌던 모양이다. 딸아이 둘이 건너방에 있었는데 언쟁에 열중한 남편과 나는 이미 자제력을 잃은 상태였고, 아이들이 우리 얘기를 듣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큰애가 고등학교 삼학년, 작은애는 중학교 이학년인데 둘이서 작은 일로 자주 티격태격하고 했었다. 그때마다 나는 큰애를 나무랐었다. "에가 조금이라도 먼저 태어나고 배운 것도 더 많잖니. 왜 그렇게 참을 성이 없니? 네가 먼저 이해해 주면 동생도 그 본을 따라 좋아질 거야." "항상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사람도 머리에 든 것이 없으면 참을성, 이해심, 자제력이 없어서 덜그럭덜그럭 시끄러운 법이야." 그런데 오늘 저녁, 우리 부부가 말싸움을 하다보니 건너방에서 나지막한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큰애의 목소리였다. "어미 게와 새끼 게가 모래밭에서 똑바로 걸어가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엄마 먼저 똑바로 걸어가 보세요. 그럼 나도 똑바로 걸어갈 테니....." 그 순간 우리 부부는 둘 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죽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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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아이들 보는데서 싸우지 말아야지.</P>